철로 만든 세상
전시소개
철은 유사 이래 민족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로서 인류에게 없어서 안 되는 중요한 금속으로, 오늘날 차량과 선박, 항공기, 주택, 각종 생활용품 등 많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인천 동구청이 운영하는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은 여섯 번째 특별전시로 철과 사람들, 그리고 인천을 무대로 발전한 철강산업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보고자 한다. 전시는 철을 만드는 원료부터 조선시대 전통 제련과 현대의 제강산업으로 변모되는 과정 및 그 부산물들을 소개한다. 근현대 철 유물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알아보고 철강산업 발전의 일익을 담당한 노동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문명의 수레바퀴를 돌린 철
인류의 문명은 철광석에서 추출한 물질의 환원반응을 통해 불순물을 제거해 순철을 얻기 시작하면서 발전하였다. 노지(爐址)에서 저온으로 환원해 철을 만들었던 과거와 달리 현대에 들어서 철의 제강 기술은 더욱 발전하였다,
한국의 철기 제작
한국의 철기문화는 중국 전국시대 연(燕)나라의 영향을 받아 처음으로 시작되었으며, 원삼국시대인 기원전 100년경에 낙동강 중·하류 유역에서 직접 생산하였다. 남아 있는 고구려의 벽화를 통해서도 철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개마무사, 고구려 덕흥리 고분벽화
단조와 주조
철기의 제작 방법은 크게 불에 달군 철을 여러 번 두드려 만드는 단조(鍛造)와 모래나 진흙 거푸집에 쇳물을 부어 만드는 주조(鑄造) 방식이 있다. 단조로는 견고한 농기구나 무기 등을 제작하고, 주조는 솥과 같은 용기류나 큰 물건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현대의 제철
현대에서 철강을 주조할 때는 고로 방식과 전기로 방식이 가장 많이 이용된다. 고로 방식은 철광석과 코크스를 이용하여 용광로에 녹여서 쇳물을 만드는 방법이며, 전기로 방식은 고철을 원료로 쇳물을 만드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코크스를 넣지 않고 철광석으로만 철을 만드는 파이넥스 방식이 새롭게 개발되었다.
대장간과 철공소
현대에 들어 철의 쓰임이 더욱 다양해지면서 과거의 대장간보다 크고, 쇠를 재료로 온갖 기구를 만드는 소규모 공장인 철공소들이 생겨났다. 조선시대 마을마다 터를 잡았던 대장간은 무딘 농기구나 연장을 불에 달궈 각종 철물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곳이었던 반면 철공소에서는 기계를 제작하거나 배를 수리하는 등 더욱 규모가 크고 다양한 작업을 하였다. 특히 부두와 인접한 철공소에서는 선박을 수리하거나 닻을 제작하는 작업을 하게 되어 언제나 사람으로 북적거렸다.
철과 함께한 우리들의 삶
1960년대 이후 철을 세공해서 만든 길거리 간판부터 우체통, 집안의 석유보관통, 시원한 여름을 나게 하는 빙수기 등에 이르기까지 과거에는 나무로 만들거나 아예 제작할 수 없었던 물건들이 속속 만들어졌다.
고무신 수선 도구 냄비 땜질 도구
철을 재활용하다, 철이 재활용되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1970년대 초반까지 고질적인 식량난을 벗어나지 못하였고 공장 가동률이 낮아 전 국민의 생필품이 턱없이 부족하였다. 장터에서 찢어진 고무신을 때우고 구멍 난 냄비를 손질하였으며, 연탄을 수제로 만드는 기구 등 생활에 필요한 용품들을 손수 만들어 쓰면서 철을 다양하게 재활용하였다.
1960년 대한중공업 전경 인천제철(현 현대제철) 공장 내부
화도진도서관 소장 화도진도서관 소장
철공소에서 현대제철까지
인천의 원도심인 동구는 예부터 철이 발달한 곳이었다. 과거 쇠가 나는 곳이라 하여 일명 ‘쇳골’이라 불린 지역이 있었고 조선소가 있던 괭이부리마을, 철공소들이 모였던 화수부두 골목과 같은 옛이야기들도 무궁무진하다. 이와 함께 70년대 철강산업을 이끌었던 동국제강, 현대제철 등 공장 노동자들의 이야기들이 이곳에 아우러진다.
자료관리 담당자